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도 개성공단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린 후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가운데 현재까지 접경지역에서 추가적인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접경지역 일부 주민들은 대북전단으로 시작된 남북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평소와는 다른 북한의 강경 대응에 의구심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는 분위기다.

16일 군 당국과 통일부, 경기 파주시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거론한지 사흘 만인 이날 오후 2시49분께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군 당국은 다량의 폭발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폭발로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가 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발 당시 파주북부 등 남측 지역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컸으며, 이후 개성공단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이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조영숙 대성동마을 새마을부녀회장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폭발음이 들리고 집이 흔들렸다”며 “처음에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고 생각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지금은 다들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여서 별다른 상황은 없는 것 같다”며 “놀라기는 했지만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일단 다들 그런가보다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군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확인되자 대성동 주민들을 귀가 조치하고, 외부에서 들어간 철책 보수 인력 등 외부인은 모두 마을 밖으로 철수토록 조치했다.

파주시도 민통선 내에 위치한 DMZ 관광사무소 직원들을 민통선 밖으로 철수시키고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통일촌의 경우 이번 폭발음이 직접 들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주민들이 TV 앞에 모여 불안감을 감추치 못했다.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발생한 연기가 인근 파주 대성동마을에서도 관측됐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일단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안내방송을 한 상태”라며 “몇 사람씩 모여서 TV를 보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북부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문산읍 일대 주민들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에 긴장한 모습이다.

문산읍에 사는 최익환(33)씨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뉴스를 보고 있는데 지인들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당장 폭파 소식보다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조금 무섭기는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장선희(55)씨는 “접경지역에 오래 살다보면 이런 일에도 무덤덤해지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며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듣고 또 뭔가 상황이 달라졌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했던 시민단체 중 일부는 난감함을 표시했다.

성기율 파주시 이통장연합회장은 “서로 사이좋게 가는 게 좋다는 생각에 대북전단에도 반대하고 했는데 당장 북한이 ‘내 말 안 들으면 이렇게 할거야’라는 식으로 나오니 기분이 나쁘기는 하다”며 “서로에게 피해가 가고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서로 외교적으로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조치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환 파주시장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후 통일대교 등 민통선 인근 지역을 둘러보며 현장을 점검했다.

2018년 판문점선언 계기로 설치... '아슬아슬' 운영되다 김여정 경고 후 사라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참석자들이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의 결실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버텨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사라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경고한 지 사흘만이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경비구역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남과 북의 정상은 회담 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내놨다. 이들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 합의했지만... 시작부터 '짠내'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건물에 97억8000만 원을 들여 개·보수했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한국 정부가 전기와 원자재 등을 제공하는 것은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관련 기사 : 개성 연락사무소 두고 "미국동의 받아야" vs. "미국 견인하라").

청와대는 '대화'가 먼저라면서 미국을 설득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그 해 8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14일, 우여곡절 끝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남쪽에선 조명균 통일부장관, 북쪽에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50여 명이 개소식에 참여해 365일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의 등장을 반겼다. 이날 남북은 ▲교섭·연락 업무 ▲당국간 회담·협의 업무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구성과 운영을 정한 합의서에도 서명했다(관련 기사 : 남북 365일·24시간 소통...공동연락사무소 열렸다).
 
차관급인 초대소장은 남쪽의 천해성 통일부차관과 북쪽의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맡았다. 통일부는 또 김창수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을 사무처장으로 임명,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도록 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 평창 동계패럴림픽 북측 수석대표 등을 맡았던 황충성 조평통 부장을 소장대리로 상주시켰고, 양쪽은 각각 15~20명 정도의 사무실 인력을 배치했다.

개소 초기 분위기는 활기찼다. 2018년 12월 20일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후 97일 동안 회담·협의가 총 285회 있었고, 하루 평균 약 3회 대면접촉이 이뤄졌다고 했다. 또 남과 북은 173건의 통지문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아슬아슬 열렸던 문, 2년도 못 됐는데...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실과 회담장 등이 단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듬해 3월 22일, 북한은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작스레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사흘 뒤 일부 인원이 복귀했지만, 소장대리로 번갈아 근무하던 황충성·김광성 조평통 부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마다 양측 소장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관련 기사 : 북측, 연락사무소 일부 복귀... "남북공동선언 뜻 변함없어").

이후에도 불안불안하게 열려 있던 사무소의 문은 2020년 1월 30일부터 닫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폐쇄하던 북한의 요청 때문이었다.

통일부는 최근 통신설비를 보완하는 등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이름의 담화로 북한 이탈주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8일에는 개소 후 처음으로 북한이 개시통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교신에 응했다. 다음날에는 오전 9시와 오후 5시 전화 모두 받지 않았다. 지난 13일, 김여정 부부장은 다시 한 번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멀지 않아 쓸모 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관련 기사 : 김여정 "곧 다음 행동 취할 것... 대적 행동 행사권 군에 넘긴다").

그리고 6월 16일, 통일부는 이날 오후 2시 49분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육군은 전방에서 폭발음을 직접 들었고, 사무소 건물이 완파된 것도 육안으로 확인했다. 국방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이 담긴 3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군이 포착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 10초도 안 걸려

폭파와 동시에 연기 등 크게 솟아... 인근 건물들까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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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순간이 공개됐다. 국방부는 16일 오후 우리 군의 감시 장비로 포착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화염, 연기 등이 일어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통일부가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 폭파한 것과 관련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7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며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서 소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2018년 판문점선언의 위반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며 “그 동안 북측의 거친 언사와 일방적 통신 차단에 이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특히 6ㆍ15 공동선언 20주년 다음 날 벌어진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까지 통솔 '2인자 굳히기'
"文 대통령과 대등화 작업"

사진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예고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군부대 전개 등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북한이 강도 높은 후속 도발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고했던 조치들보다 모험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 부부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후계 작업의 일환으로 행보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총 수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고 남한은 김 부부장급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는 사람의 개념이고, 미국 같은 큰 나라를 상대하는 사람"이라며 "남한을 그보다 아래로 보고 김 부부장을 세우면서 우리를 다운시켜 보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 교수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하늘아래 태양이 두 개 뜰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수령이 모든 것을 다 하기는 어려우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김 위원장이 상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김 부부장을 붙이려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김 부부장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이미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 이미지로 때리면 효과가 큰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두 교수는 북한이 예고했던 다른 강도 높은 후속조치들도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았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나중에 북한이 정 급해지면, 김 위원장이 나서면서 '김 부부장이 좀 지나쳤다'고 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변수 외에는 예고한 다른 후속조치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는 과거 연평도 포격 도발 사례를 들면서 "모험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양산은 급작스럽게 충격을 주는 게 아니고 군대 용어로 '예령과 동령'에 가깝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실행했고, 군대도 진주시킨다고 하고 실행에 옮겼다"며 "사실 자기 땅에 자기 군대를 진주시킨다는 북한을 상대로 우리 군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두 교수는 당분간 남북관계가 풀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 역시 남북관계 국면을 푸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박 교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을 제기한 반면, 김 교수는 "사람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정의용 안보실장이 미국에 건너가 북한의 비핵화 용의를 밝히면서 일어난 일"이라며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추진하려면 일단은 북한에 뭘 하려 하기보다는 냉각기를 가지면서 원점에서 남북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공식적인 특사 대신 비공식적인 특사로 북한을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하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나 박지원 전 의원,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보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누군가 남북관계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지 않느냐. 사실 남북관계가 이렇게 되면 통일부는 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외교안보라인을 바꾸라는 주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신념과 철학으로 가는 이번 정부에서는 사람이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