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지시대로 남북 통신선 차단 등 실행
개성공단 철거, 9·19 군사합의 파기 등 우려
파괴됐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재설치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해안포 포사격
서해 NLL 침범, 각종 미사일 발사 등 가능성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공단지역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래픽=뉴시스 안지혜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속에 포함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하면서 그간 김 제1부부장이 예고했던 도발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첫 담화에서 "(대북전단에 대한) 남측의 조치가 없을 경우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 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군부를 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련의 담화에 따라 북한은 지난 9일부터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 군의 동·서해 통신선, 노동당~청와대 직통전화(핫라인)선을 차단했다. 이어 16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실제로 폭파됐다.

 

 

 

북한,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발표 "비참하게 파괴되었다"

뉴시스 |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건립 후 21개월 만에 잿더미가 됐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5시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6월16일 완전 파괴됐다"고

tv.naver.com

통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단순히 위협적인 언사가 아님이 입증되면서 향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담화에서 언급된 대로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이 다음 수순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 지휘를 위임받음으로써 군 관련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공개보도에서 "우리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을 다시 진출시켜 요새화하고, 대남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16일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초소가 보이고 있다. 

북측이 언급한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는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장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해석하면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됐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총기를 다시 들고 등장할 수 있다. 아울러 남북 합의하에 파괴됐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다시 설치하는 등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를 좀 더 넓게 해석하면 남북간 협력에 따라 수년간 사업이 진행되고 비무장화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등에 군 병력을 주둔시키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공개보도 중 '지상전선과 서남해상의 많은 구역들을 개방하고 철저한 안전조치를 강구해 예견돼 있는 각계각층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살포투쟁을 적극 협조할 데 대한 의견도 접수했다'라는 문구는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비무장지대와 서해상에서 군사 행동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본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중단됐던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연습, 사격훈련, 항공기 비행 등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개가 제거되고 포문을 다시 열릴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이 비무장지대와 서해상에서 대남 전단을 뿌리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에 "북한 어선들 수척이 삐라를 뿌리기 위해 북방한계선(NLL)에 접근하고 넘기까지 한다고 가정해본다. 이때 뒤쪽에는 북한 경비정이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거기에 인근 해안포와 지대함미사일을 꺼내놓은 상태라면 어떨까"라며 "북한군이 아닌 북한 주민(실제 자발적인 주민일 가능성보다 주민처럼 위장한 군인일 가능성)이라면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각종 미사일 발사시험 등도 북한이 고려할 수 있는 도발 선택지다.

2018년 판문점선언 계기로 설치... '아슬아슬' 운영되다 김여정 경고 후 사라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참석자들이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의 결실로,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버텨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사라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경고한 지 사흘만이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경비구역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남과 북의 정상은 회담 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내놨다. 이들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 합의했지만... 시작부터 '짠내'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건물에 97억8000만 원을 들여 개·보수했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한국 정부가 전기와 원자재 등을 제공하는 것은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관련 기사 : 개성 연락사무소 두고 "미국동의 받아야" vs. "미국 견인하라").

청와대는 '대화'가 먼저라면서 미국을 설득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그 해 8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14일, 우여곡절 끝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남쪽에선 조명균 통일부장관, 북쪽에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50여 명이 개소식에 참여해 365일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의 등장을 반겼다. 이날 남북은 ▲교섭·연락 업무 ▲당국간 회담·협의 업무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구성과 운영을 정한 합의서에도 서명했다(관련 기사 : 남북 365일·24시간 소통...공동연락사무소 열렸다).
 
차관급인 초대소장은 남쪽의 천해성 통일부차관과 북쪽의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맡았다. 통일부는 또 김창수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을 사무처장으로 임명,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도록 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 평창 동계패럴림픽 북측 수석대표 등을 맡았던 황충성 조평통 부장을 소장대리로 상주시켰고, 양쪽은 각각 15~20명 정도의 사무실 인력을 배치했다.

개소 초기 분위기는 활기찼다. 2018년 12월 20일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후 97일 동안 회담·협의가 총 285회 있었고, 하루 평균 약 3회 대면접촉이 이뤄졌다고 했다. 또 남과 북은 173건의 통지문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아슬아슬 열렸던 문, 2년도 못 됐는데...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실과 회담장 등이 단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듬해 3월 22일, 북한은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작스레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사흘 뒤 일부 인원이 복귀했지만, 소장대리로 번갈아 근무하던 황충성·김광성 조평통 부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마다 양측 소장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관련 기사 : 북측, 연락사무소 일부 복귀... "남북공동선언 뜻 변함없어").

이후에도 불안불안하게 열려 있던 사무소의 문은 2020년 1월 30일부터 닫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폐쇄하던 북한의 요청 때문이었다.

통일부는 최근 통신설비를 보완하는 등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이름의 담화로 북한 이탈주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8일에는 개소 후 처음으로 북한이 개시통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교신에 응했다. 다음날에는 오전 9시와 오후 5시 전화 모두 받지 않았다. 지난 13일, 김여정 부부장은 다시 한 번 담화를 내고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멀지 않아 쓸모 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관련 기사 : 김여정 "곧 다음 행동 취할 것... 대적 행동 행사권 군에 넘긴다").

그리고 6월 16일, 통일부는 이날 오후 2시 49분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육군은 전방에서 폭발음을 직접 들었고, 사무소 건물이 완파된 것도 육안으로 확인했다. 국방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이 담긴 3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군이 포착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 10초도 안 걸려

폭파와 동시에 연기 등 크게 솟아... 인근 건물들까지 피해

www.ohmynews.com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순간이 공개됐다. 국방부는 16일 오후 우리 군의 감시 장비로 포착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화염, 연기 등이 일어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군까지 통솔 '2인자 굳히기'
"文 대통령과 대등화 작업"

사진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예고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군부대 전개 등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북한이 강도 높은 후속 도발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고했던 조치들보다 모험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 부부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후계 작업의 일환으로 행보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총 수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고 남한은 김 부부장급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는 사람의 개념이고, 미국 같은 큰 나라를 상대하는 사람"이라며 "남한을 그보다 아래로 보고 김 부부장을 세우면서 우리를 다운시켜 보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 교수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하늘아래 태양이 두 개 뜰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수령이 모든 것을 다 하기는 어려우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김 위원장이 상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김 부부장을 붙이려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김 부부장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이미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 이미지로 때리면 효과가 큰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두 교수는 북한이 예고했던 다른 강도 높은 후속조치들도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았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나중에 북한이 정 급해지면, 김 위원장이 나서면서 '김 부부장이 좀 지나쳤다'고 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변수 외에는 예고한 다른 후속조치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는 과거 연평도 포격 도발 사례를 들면서 "모험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양산은 급작스럽게 충격을 주는 게 아니고 군대 용어로 '예령과 동령'에 가깝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실행했고, 군대도 진주시킨다고 하고 실행에 옮겼다"며 "사실 자기 땅에 자기 군대를 진주시킨다는 북한을 상대로 우리 군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두 교수는 당분간 남북관계가 풀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퇴 역시 남북관계 국면을 푸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박 교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을 제기한 반면, 김 교수는 "사람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정의용 안보실장이 미국에 건너가 북한의 비핵화 용의를 밝히면서 일어난 일"이라며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추진하려면 일단은 북한에 뭘 하려 하기보다는 냉각기를 가지면서 원점에서 남북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공식적인 특사 대신 비공식적인 특사로 북한을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하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나 박지원 전 의원,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보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누군가 남북관계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지 않느냐. 사실 남북관계가 이렇게 되면 통일부는 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외교안보라인을 바꾸라는 주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신념과 철학으로 가는 이번 정부에서는 사람이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